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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s of a Woman (2020) 간혹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출연자가 행복한 표정으로 아보카도 식물 화분을 보여줬다. 씨를 발아시켜서 심은 것이 성공적으로 자란 것이다. 아보카도 열매까지는 불가능하겠지만 줄기가 나오고 잎사귀가 매달리는 것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을 거다. 아보카도 씨를 발아시키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렵진 않다. 적신 휴지에 잘 감싸서 그릇에 넣고 랩으로 덮어놓으면 대략 20여 일 후면 싹이 나온다. 그러니 가장 큰 '업적'은 인내. 하지만 그 기다림 후에도 모든 씨앗이 발아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분무를 한두 번 더 하느냐 마냐의 차이로 흉하게 짓무르기도 하고 바짝 마르기도 하고 궁금해서 랩을 걷고 촐싹맞게 들춰보다 치명적인 손독에 감염되는지도 모르고... 아보카도를 많이 먹어서 여러 씨앗으로 동시에 발아 시도를 하면..
White Material (2009) 좋아하는 영화들은 늘 제자리에 있어서 언제든 원할 때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잊히는 영화도 많다. 대신 사소한 디테일들로 연상되거나 산만한 의식의 흐름을 그저 따라가다 보면 다시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 영화가 갑자기 새로 좋아지거나 특별해지진 않지만 그 비켜났던 길에서 조금은 다시 내 영역으로 들어온다. 양에 관한 얘기를 하며 양머리 생각을 많이 했는지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많은 부분이 잊힌 가운데 그 짧은 장면이 떠올랐다는 것은 어쩌면 내 무의식에는 의외로 강하게 인식됐다는 증거일 거다. 꿈을 꾸고 나면 내가 신경 쓰는 것이 뭔지 좀 더 선명해지고 계단에서 맡은 음식냄새가 아주 의외의 오래된 기억들을 소환하는 것처럼. 클레르 드니의 . 외진 농장에서 고독하게 자연을 극..
Lamb (2021) - 아이슬란드 양(羊)영화 2 아기 예수 탄생 연극과 구유 (https://ashland.tistory.com/559059),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기사 한토막을 계기로 떠올려보는 아이슬란드의 두 번째 양영화. 첫 번째 양영화 (https://ashland.tistory.com/559014) 와는 결이 조금 다른듯하면서도 이제 나에게 양은 하나의 장르가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음식'에 관한 기사였는데 1위에 등극한 음식이 아이슬란드 양머리 음식 '스비드'였다. 아이슬란드의 기후와 자연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신 붙들어 매고 양머리 정도는 먹을 수 있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해괴망측한 비주얼의 음식을 먹는 것에 묘하게 이입이 됐다. 하지만. 사실 양은 예쁜 동물은 아니다. 목초지를 가득 메운 양 떼를..
리투아니아어 140_구유 Prakartėlė , 1월의 연극 '아기 예수의 탄생' 가톨릭 국가인 리투아니아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대성당 광장과 성당 내부에 프라카르텔레 Prakartėlė라고 불리는 세트 형식의 조형물이 등장한다. 야외의 공공장소에서는 비교적 크게 만들어지지만 실내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크기는 천차만별이며 선반 위에 놓을 수 있을 정도의 미니어처 모형이 되기도 한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도 옛날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성경이 재밌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이 프라카르텔레를 볼 때에도 신성한 기분이 든다기보다는 묘하게 귀엽고 또 어떤 컨셉으로 꾸미고 바뀔까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이 단어는 '둘러싸다', '울타리를 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의 Praesaepe에 해당한다. 넓게보면 '가축을 가둬두기 위한 우리', '마구간'을 뜻하며 보금자리나 은신처를..
Oslo, August 31st (2011) , 우리나라에선 로 잘 알려진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다. 데뷔작인 부터 , 까지를 이 감독의 '오슬로 3부작'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배우 레나테 레이스뵈가 오슬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통해 크게 알려지고 상도 받고, 특히 한국어 제목의 유쾌하고 당돌한 어감 때문에 30대 여성 줄리가 좌충우돌하는 생동감 있는 영화의 인상이 생겨버렸지만 사실 내게 이 영화는 줄리의 상대역이었던 '악셀(Anders Danielsen Lie) 3부작'의 완결 편에 더 가까웠다. 그렇게 보면 도 사실 슬픈 영화이다. 그리고 3부작을 관통하는 에 가장 마음이 간다. 사실 제목에 날짜가 들어가는 영화의 전형적인 인상이 있다. 무슨 시위가 일어났다거나 중대한 선언이 있었을 것 같고 지구 최후의 날 뭐 이런 영..
Bashu,the Little Stranger (1986) https://ashland.tistory.com/559051 가 끝나고 제작진 이름이 차례로 나오는데 '편집-바흐람 베이자이'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순전히 감독 아미르 나데리보다 더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는 이유만으로 어쩌면 이 세련되고 독특한 1984년 영화의 완성도는 이분 때문이지 않을까 넘겨 집게 만든 감독, 바흐람 베이자이의 영화 를 연이어 봤다. 바흐람 베이자이 감독은 작년 12월 자신의 87번째 생일에 세상을 떠났다. 제목에서부터 '이것은 바슈라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영화. 하지만 인정사정없는 폭격장면으로 시작된다. 너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지막 한마디조차 내뱉지 못한 바슈의 부모는 그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공포에 질린 아이는 누군가의 트럭에 가까스..
Daddy Longlegs (2009) 2025년은 늘 함께 영화를 만들던 사프디 형제가 드디어 각자 새 영화로 돌아온 해. 이후 바로 후속작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상당히 천천히 돌아왔다. 조쉬 사프디의 은 아직 못 봤고 베니 사프디의 만 우선 봤다. 형 조쉬 사프디가 만든 은 사프디 형제 영화의 시나리오에 늘 참여했던 로널드 브론스타인이 여전히 함께 각본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 각본이라고 하면 사실 늘 드는 의문은 어느 정도 동등하게 기여해야 공동이라고 하는 걸까. 네가 먼저 반 쓰면 내가 반쓸게 하고 서명하는 것은 절대 아닐 테고 이것은 정말 함께 만들어간다는 끈끈한 신뢰 없이는 안될 것 같다. 그래서 사실 베니 사프디 단독 각본의 보다는 로널드 브론스타인이 참여한 에 이전의 사프디 형제 스타일이 더 남아있지 않을까 해서 좀 더 기대..
Speak No Evil (2022) 추천받은 덴마크 영화 을 재밌게 봤다. 2026년은 그렇게 처참한 풍자극으로 시작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알게 된 네덜란드 부부와 덴마크 부부가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 대충 내용을 듣고 봐서 보는 내내 잔혹한 결말을 예상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긴 했지만 결국 결말에 다다랐을 때의 공포는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영화 초반부터 가장 신기했던 것은 덴마크 부부가 선택한 여행의 방식이었다. 이들은 아마도 이탈리아 가정식 한두 끼가 포함된 토스카나의 리조트 패키지 상품을 산 것 같다. 이탈리아 문화도 자연스레 접하고 친구도 사귀고 뭐 그러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외국까지 가족여행을 가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자발적으로 스몰토크를 하며 아침 먹고 싶을까. 내 개인 성향 탓이겠지만 이 부분부터 이미 이들이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