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12) 썸네일형 리스트형 어떤 영화들 2 기대를 많이 하고 보았다. 프랜시스 맥도먼드를 좋아하고 '인투 더 와일드'나 '와일드' 같은 느낌의 영화를 좋아해서 분명 접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분명 보는 동안 재미있었고 촬영도 음악도 아름다웠고 뭉클해서 눈물이 나오는 부분도 있었는데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든다.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에 잠겨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강요받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다시 한번 강하고 자주적인 캐릭터를 창조하고 싶었던 프랜시스 맥도만드의 개인적 욕심 같은 것도 느껴졌다. '파고'도 너무 좋아하고 '쓰리 빌보드'에서의 연기는 정말 너무 멋있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떤 캐릭터이길 원하는지가 너무 분명히 보인다. 그런데 개척자적 느낌을 주기에는 좀 덜 억척스러웠고, 자유롭고 거침없고 싶었지만 뭔가 .. Vilmius 147_지금은 근무중 5 햇볕 아래에 앉아 있으면 따사롭다. 몇 달간 잔뜩 움츠리고 있던 어깨와 가슴을 한번 쫙 펴보게 하는 2월의 햇살. 겨울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런 시기에 잠깐 쉬어갈 수 있다. 고드름과도 작별하는 시간이다. 몇 날 며칠을 얼어있느라 찌뿌둥하고 뻐근했을 아이들이 오전 햇살에 노글노글해져 뚝 떨어져서는 본인도 행인도 화들짝 놀라는 형상이랄까. 물론 보통은 고드름 처리반이 나타나서 미리 제거해준다. 위에서 떨어지는 고드름을 신경 쓰다 오히려 발아래에서 녹는 눈에 미끄러지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Vilnius 146_지난 주의 놀이터 쓰고 있는 언어들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이 아이는 뭐라고 불러야 하지? 태어나서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어본 적 없는 한국어 단어들도 수두룩할거라 생각하면 가끔 어떤 사물들은 반 정도만 존재하는 것 같다. Vilnius 145_처음 듣는 소리 이 공을 눈 위에서 차면 정말 신기한 소리가 들린다. 어떤 소린지 표현하기가 애매해서 기억해낼라고 하면 잘 기억이 안 나므로 다시 한번 차보게끔 하는 그런 소리이다. Vilnius 144_새의 물 겨울이 되니 못 보던 예쁜 새들이 많이 날아다닌다. 지천에 눈인데 새들은 눈으로는 목을 축이지 못하는가 보다. 볕이 오래 머무르는 지점에 누군가가 새 모이 근처에 매달아 놓았다. 미켈란젤로의 커피 요새 보고있는 드라마가 있는데 사실 너무 어이없이 재미없는 전개에 남은 두 에피소드를 시작 하지 못해 계속 끝내지 못하고 있는 드라마이다. 1950년 캔자스가 배경인데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나온다. 특히 매번 '우리 이탈리아에서는 말이지','너네 미국이란 나라는 말이지'라는 시작을 덧붙이는 꼴통 이탈리아인이 식당에 들어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더니 빗자루질 하는 종업원을 부른다. '우리 이탈리아에서는 돈 받고 빗자루질 하면 빗자루질 제대로 하거든? 내가 커피를 돈내고 마시는 건데 커피를 끓여오려면 미켈란젤로처럼 끓여오란 말이야!'. 그리고 종업원은 물론이고 바에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구경하고 있던 주인까지 빵빵 쏴버린다. 나는 순간 겁에 질려서 내가 마시는 커피를 미켈란젤로처럼 끓이고 있는지 생각에 잠겼다. .. Vilnius 143_눈 오는 일요일 올해만큼 눈이 많이 온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면 어김없이 눈이 내려 이미 꽁꽁 얼어버린 선배 눈들 위를 소복히 덮고 또 조금 푸석해지다가 조금 녹기도하며 다시 좀 얼고 나면 다시 내려 쌓이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주말 오전에 눈이 내리면 썰매를 끌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 된다. 주말에는 그저 그렇게 눈이 쌓여있다. 치워지는 것도 애써 내린 눈 본인에게는 피곤한 일이라는 듯이. 너무 급하게 치워진 눈은 모두가 바쁘게 제 할일을 하고 있음을 증명할 뿐이다. Man push cart (2005)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페이지에 이번 달 발매 타이틀로 소개되었길래 찾아보았다. 타이틀 커버의 결코 편안해 보이지 않는 남자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제 이런 영화는 보기가 좀 불편한데 라고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그의 삶이 내 생각보다 수월하기만을 기대한다. 파키스탄 이민자 아흐메드는 새벽 3시의 맨해튼을 달린다. 이른 시간에도 이미 자동차로 빽빽한 위험한 도로에서 무거운 커피 카트를 손수 운반한다. 자신의 일터를 손수 주차하고 나면 비좁은 카트 속에서 베이글을 진열하고 종이컵을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오손도손 함께 일하던 부인은 죽고 없다. 아들을 손수 키울 수도 없게 되었다. 빨리 자리를 잡고 아들을 데려와 함께 살고 싶지만 당장은 갓 태어난 길고양이만을 집에 데려와 보살필 수 ..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