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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139_2020년 12월 12일 며칠 전 도서관을 나오는데 장갑 한 짝이 없어져서 몇 번을 찾다가 결국 못 찾고 돌아왔는데 장갑을 찾았다고 전화를 해주셔서 주말에 찾으러 다녀왔다. 가는 길에 도서관 앞의 작은 빵집에서 달님이라는 이름의 쿠키 200그램을 사서 들고 갔다. 원체 가볍고 잘 부서지는 쿠키라 생각보다 양이 많아 쿠키 하나가 봉지를 삐집고 나오길래 이곳에 서서 트리 감상을 하며 하나를 맛보았다. 장갑을 전해주신 할머니의 탁자 옆에는 방금 막 물을 부은 아직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커피가 놓여 있었다. 연말까지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크리스마스 인사와 새해 인사를 몰아서 하고 돌아왔다.
Vilnius 138_2020년 12월 10일 해야 할 일들을 줄 세우고 나면 머릿속에 자연스레 구시가의 지도가 펼쳐지고 결국 동네 한 바퀴를 돌게 된다. 돌려줘야 할 빈 병. 반납해야 할 책들. 수거함에 넣을 작아진 옷들이 가득 담긴 천 가방을 바리바리 어깨에 끼우고 집을 나서서는 완전히 텅 빈 상태로 혹은 다시 뭔가로 채워진 상태가 되어서 인기척 없는 거리의 왠지 좀 부풀어 오른 듯한 포석들을 꾹꾹 눌러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물론 마냥 서두르지 않고 걷기에는 살갑지 않은 날씨가 되었다. 여름에 좀 더 큰 원을 그리며 걸었다면 그 원의 지름이 반 정도 줄어든 것이다.
Vilnius 137_어제의 빌니우스 지난주 입고 다니던 옷과 신발이 이번 주는 춥다. 집안으로 햇살이 파고들면 커튼이 열리듯 마음이 확장되는 것처럼 거리도 그렇다. 왠지 가보지 않은 길처럼 낯설기도 하고 비로소 저 빛을 건너야만 내가 알던 그 인생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인적이 드문 거리의 12월 오후 햇살에서 5월의 아주 이른 아침 햇살을 떠올렸다. 나는 어느 순간에 12월의 어제를 떠올릴 수 있을까. 내가 밟고 지나온 햇살을 다 기억할 수 없을 것 같아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다 남겨두고 가는 것들.
Vilnius 136_꽃가게와 카페 항상 주차된 차들로 가득한 놀이터 근처 거리. 저 끝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좋아하는데 왠일로 차가 없어서 사진을 찍어 왔더니 아니나다를까 조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누군가의 차.
Vilnius 135_빨간 벽돌 교회 숨바꼭질을 가장 자주 하는 교회.
Vilnius 134_익숙한 풍경 아직은 눈이 오지 않아 뽀송뽀송한 제 모습 그대로 남아있지만 눈이 오기 시작하면 눈에 파묻히기도 하는 아이들. 세상에 남겨진 무수한 한 짝 중의 한 짝.
India 08_Orchha 2 저런 언덕을 한달음에 달려내려가면 발바닥의 통증이 얇은 밑창의 운동화를 뚫고 나오며 온 몸이 뜨거워진다. 들어와서 밥이 라도 한 숟갈 뜨고 가라고 할 것 같은 사람들의 표정을 지나고 조명이 거의 없는 깜깜한 거리를 지나고 짙은 향 냄새를 지나면 덜 마른 빨래들이 날 맞이하던 곳.
India 07_Kolkata 콜카타의 밀레니엄 파크에서 만났던 방과 후 중학생들. 현상된 작은 사진을 고스란히 뚫고 나오는 그 날 오후의 따스함. 찰나의 표정에서도 그들 각각의 개성이 느껴진다. 제일 개구장이처럼 보이는 아이에게 너만 왜 교복 와이셔츠 색깔이 다른거야 했더니 거봐 거봐 하며 짖궂은 표정들을 쏟아내며 다함께 놀리던 아이들. 왠지 알 것 같은 이야기와 웃음들. 결국 그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그래서 그들의 웃음을 건지고 대화는 산으로 갔다. 저들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