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05) 썸네일형 리스트형 Vilnius 138_2020년 12월 10일 해야 할 일들을 줄 세우고 나면 머릿속에 자연스레 구시가의 지도가 펼쳐지고 결국 동네 한 바퀴를 돌게 된다. 돌려줘야 할 빈 병. 반납해야 할 책들. 수거함에 넣을 작아진 옷들이 가득 담긴 천 가방을 바리바리 어깨에 끼우고 집을 나서서는 완전히 텅 빈 상태로 혹은 다시 뭔가로 채워진 상태가 되어서 인기척 없는 거리의 왠지 좀 부풀어 오른 듯한 포석들을 꾹꾹 눌러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물론 마냥 서두르지 않고 걷기에는 살갑지 않은 날씨가 되었다. 여름에 좀 더 큰 원을 그리며 걸었다면 그 원의 지름이 반 정도 줄어든 것이다. Vilnius 137_어제의 빌니우스 지난주 입고 다니던 옷과 신발이 이번 주는 춥다. 집안으로 햇살이 파고들면 커튼이 열리듯 마음이 확장되는 것처럼 거리도 그렇다. 왠지 가보지 않은 길처럼 낯설기도 하고 비로소 저 빛을 건너야만 내가 알던 그 인생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인적이 드문 거리의 12월 오후 햇살에서 5월의 아주 이른 아침 햇살을 떠올렸다. 나는 어느 순간에 12월의 어제를 떠올릴 수 있을까. 내가 밟고 지나온 햇살을 다 기억할 수 없을 것 같아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다 남겨두고 가는 것들. Vilnius 136_꽃가게와 카페 항상 주차된 차들로 가득한 놀이터 근처 거리. 저 끝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좋아하는데 왠일로 차가 없어서 사진을 찍어 왔더니 아니나다를까 조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누군가의 차. Vilnius 135_빨간 벽돌 교회 숨바꼭질을 가장 자주 하는 교회. Vilnius 134_익숙한 풍경 아직은 눈이 오지 않아 뽀송뽀송한 제 모습 그대로 남아있지만 눈이 오기 시작하면 눈에 파묻히기도 하는 아이들. 세상에 남겨진 무수한 한 짝 중의 한 짝. India 08_Orchha 2 저런 언덕을 한달음에 달려내려가면 발바닥의 통증이 얇은 밑창의 운동화를 뚫고 나오며 온 몸이 뜨거워진다. 들어와서 밥이 라도 한 숟갈 뜨고 가라고 할 것 같은 사람들의 표정을 지나고 조명이 거의 없는 깜깜한 거리를 지나고 짙은 향 냄새를 지나면 덜 마른 빨래들이 날 맞이하던 곳. India 07_Kolkata 콜카타의 밀레니엄 파크에서 만났던 방과 후 중학생들. 현상된 작은 사진을 고스란히 뚫고 나오는 그 날 오후의 따스함. 찰나의 표정에서도 그들 각각의 개성이 느껴진다. 제일 개구장이처럼 보이는 아이에게 너만 왜 교복 와이셔츠 색깔이 다른거야 했더니 거봐 거봐 하며 짖궂은 표정들을 쏟아내며 다함께 놀리던 아이들. 왠지 알 것 같은 이야기와 웃음들. 결국 그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그래서 그들의 웃음을 건지고 대화는 산으로 갔다. 저들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리투아니아어 79_양귀비씨 Aguonos 올해가 가기 전에 부엌 서랍 속의 양귀비씨를 다 먹어 없애야겠단 생각에 보통 크리스마스에 만드는 양귀비씨 우유를 오늘 만들어보았다. 보면 주인공들이 부상당하거나 아프거나 하면 양귀비씨 우유를 마시고 고꾸라지는데 이걸 크리스마스 명절 내내 마셔도 절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기때문에 그 우유와 이 우유는 성분상의 차이점이 있을듯하다. 이 우유는 양귀비씨를 사용한 수많은 달고 맛있는 음식들 중 하나이자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의 12가지 메뉴 중 하나를 당당히 차지하는 디저트이기도 하다. 양귀비씨를 잘 불려서 블렌더로 계속 갈다보면 하얀 빛깔의 물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것을 미리 끓여서 식혀 놓은 물과 설탕과 섞어서 달게 만든다. 보통은 시리얼을 먹듯 양귀비씨를 넣고 구운 저런 네모난 조각의 과자를 넣어서 떠먹는다..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