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12) 썸네일형 리스트형 Vilnius 119_골목의 끝 모든곳을 헤집고 다녔다고 생각해도 가보지 않은 곳은 도처에 있다. 깊숙한 끝이 보이는 고즈넉한 좁은 골목안으로 들어가니 그 막힌 거리의 끝에는 어린이 치과가 있었다. 치과에 가면 으례 들리는 그런 음향들과 함께. 뒤돌아서서 나오며 바라보니 거꾸로 들어섰을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저런 통로도 빌니우스에서는 흔하지 않은 구조인데 감옥 복도에 전부 몰려나와 발가벗겨진채 매를 맞으며 검문장소로 몰려가던 헝거의 죄수들이 떠올랐다. 아마 며칠전 옥외 광고에서 마이클 파스빈더를 본 것에서 이어진 연상인것도 같다. 날이 극단적으로 흐릴때. 하늘이 저렇게 파랗지 않을때 다시 가봐야 겠다. 한강 같은 블랙커피 어릴때 엄마에게 커피를 타준다고 물을 부어놓으면 매번 엄마가 하던 말이 '아이고 물을 한강처럼 부어놓았구나' 였다. ㅋ 지금도 인스턴트 커피를 마실때면 결국은 정량보다 물을 많이 붓게된다. 그리고 늘 다 안마시고 남긴다. 이 빵집의 블랙 커피를 보면 그 한강 커피 믹스가 늘 생각난다. 얕고 넓은 잔이어서 더 그렇겠지만. Vilnius 118_ 어떤 하늘 가끔은 어딘가 아이바조프스키의 파도를 숨기고 있는 듯한 그런 하늘이 나타난다. 하지만 하늘도 화가난 것은 아니다. 정오의 햇살은 고요하고 땅을 디딛고 서있다는 사실은 감격스럽다. Vilnius 117_오늘 오후 자동차가 없어도 좋을 풍경. 리투아니아어 77_지붕 Stogas 요즘, 정확히 말하면 딱 오늘까지 빌니우스의 옥외 광고에서 볼 수 있었던 문구. Menas be stogo. 직역하자면 '지붕없는 예술' 이란 뜻이다. 코로나로 인한 긴 봉쇄 기간동안 갤러리들이 문을 닫아 전시를 할 수도 전시를 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자 '100명의 작가, 100개의 작품, 100개의 장소' 라는 컨셉으로 진행된 야외 전시 프로젝트이다. 작품 아래에 QR 코드가 있어서 원한다면 다른 작품을 구경할 수도 있고 작품이 마음에 들면 작가로부터 직접 구매도 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하지만 사실 지붕이라는 단어 Stogas 를 볼 때 내가 항상 떠올리는 것은, 특히 화재로 지붕 자체가 없이 방치된 건물이 있는 바로 시장 근처의 이 장소에서 떠올렸던 것은 'Stogas važiuoja' 라는 리.. 리투아니아어 76_커런트 Serbentai 며칠 전 시장에서 모듬 커런트를 만났다. 블루베리와 구즈베리,체리 몇 알이 마치 실수처럼 딸려들어간 검고 빨갛고 하얀 커런트들의 총집합. 리투아니아어로 세르벤타이라고 한다. Serbentai. 시골길을 걷다보면 어느집 담장 근처의 낮은 덤불속에 아기자기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들. 이런 커런트들은 보통 재래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데 그마저도 흔하지 않고 심지어 유리병이 아닌 이런 상자에 이렇게담아 놓은 것은 온전히 채집한 자의 센스이다. 리투아니아 마트에서 커런트를 만난다면 보통 카시스라고 적힌 예쁜병에 담긴 수입 시럽이나 잼의 형태일 것이다. 씹을 만한 적당한 과육과 대체 불가능한 분명한 맛을 지닌 딸기나 블루베리 체리등이 뭔가 교양있고 예절바른 느낌이 있다면 이들 커런트는 그냥 한꺼번에 입에 털어넣고 온 .. 리투아니아어 75_청어 Silkė 몇년 전 우리집에 머물었던 일본여인은 씨르케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몇 번을 말했었다. 씰케. 바로 헤링이다. 그 친구는 청어 절임을 너무나 맛있게 먹었었다. 일본인들이 생선을 많이 먹는다고는 해도 염장된 청어의 맛이 아시아인들에게도 먹히는 맛이라는 것에 당시에는 약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스웨덴의 하지 축제를 다룬 영화 미드소마에 보면 땡볕아래에 앉아 있는 주인공에게 긴 생선 한마리를 가져와서 삼키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 자체가 워낙에 고어하고 짖궂어서 그 생선이 굉장히 끔찍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리투아니아에서도 일상적으로 먹는 형태이다. '씰케는 생선이 아니다. 씰케는 씰케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그렇듯 청어는 이곳에서도 별미로 통한다. 나에게 청어는 오랫동안 .. 리투아니아어 74_사람 Žmogus 좁은 동네에서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고 그들의 동선도 거의 비슷해서 오며 가며 스치던 사람들이 마치 아는 이가 되고 그들 중 어떤이들은 종종 자잘하고도 솔깃한 이야기들을 건네오기도 한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여인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니 '놀이터에 사람들이(Žmogeliukai) 엄청 많아요'라고 말했다. 사람을 칭하는 Žmogus의 지소체 단어žmogeliukai 를 써서말이다. 사람의 형태를 한 작은 것들, 아기들을 칭하고 싶을 때, 사람이라는 단어 자체에 어떤 친근함과 주관적인 감정을 담고 싶을때, Žmogeliukas처럼 어미를 바꿔서 쓰는 것이다. 지소체의 어감은 뭐랄까. 한 뚝배기 하실래요? 의 그 뚝배기나 차표 한 장 손에 들고의 그 차표에 특정 어미를 붙여 친근하게 말하면 듣.. 이전 1 ··· 34 35 36 37 38 39 40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