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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ypt 07_1월 1일의 시와 오랜만에 갑자기 이집트 생각하면서 왜 이집트에 대해 생각하게되었는지도 열심히 생각해보니. 빌니우스 하늘에 가장 많은 열기구가 떠올랐던것이 14대인데 (여름 저녁 하늘의 열기구를 세기 시작한 철저히 개인적인 순간부터) 여기도 카파도키아처럼 작정하고 형형색색의 많은 열기구를 띄우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다 아마 이집트에서 만난 터키 여행자가 기억을 헤집고 나온것일거다. 마치 트루먼이 헤엄쳐 나가려다 저지당한 가짜바다처럼 이 작은 오아시스는 멋진 지프를 타고 사막 투어를 떠나는 누군가를 위해 투어 에이전시의 막내 아들이 힘겹게 퍼다놓은 수돗물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 물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던 그 날은 공교롭게도 새해 첫 날이었다. 아마 그랬을거다. 나이가 더 들어서 다시 가도 자전거를 빌려서 도중에 숨겨놓..
서두르지 않는시간 어둑어둑해지다가 기습적인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익숙한 아침 풍경. 그럼에도 그것이 여름이라면 그 차가움은 매섭게 느껴지진 않는다. 바람이 지나자마자 볕이 한가득 들어 근처 빵집에 갔다. 눈앞에서 트롤리버스가 급커브를 트는 좁은 도로 앞에 위치한 빵집은 이 시간 즈음에는 햇살로 차오른다. 커피를 다 마시고도 한참을 앉아 맛있는 것들을 한 접시 한 접시 비우던 몹시 따뜻했던 8월의 어떤 날이었다. 여름이 끝나는 중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아차렸겠지만 이렇듯 급하게 날씨가 바뀌어버릴 줄은 몰랐다. 한두 번 겪는 9월도 아닌데 옷깃을 여미게하는 찬 공기가 새삼스럽다. 마치 눈깜짝할새에 비어버린 접시 같은 여름. 잘 포개두어 치워가지 못한 그날의 접시처럼 좀 더 머물러준다면 좋겠지만.
Vilnius 122_늦여름의 하늘 마치 만화 속 유에프오처럼 한자리에 오래도록 머물러있던 열기구들.
Vilnius 121_마음의 우산 비가 올 것 같은 날 내 머릿속엔 구시가의 우산 지도가 펼쳐진다. 아 거기가서 비를 피하면 되겠군 하는 안심스러운 장소가 몇 군데 있다. 때로는 입이 무성한 큰 나무 때로는 어떤 카페 그리고 이런 곳. 나무는 하늘색 비닐로 된 옛날 우산 같고 카페는 길가다가 돈 주고 사는 우산 같고 이런 곳은 너무 단단하고 결코 부러지지 않을 것 같아 절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질 좋은 검은 우산 같다.
Vilnius 120_빵집 마당 해가 점점 짧아 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 날들. 날이 밝은 줄도 모르고 켜져있는 전구에 내집도 아닌데 습관적으로 스위치를 찾고.
Vilnius 119_골목의 끝 모든곳을 헤집고 다녔다고 생각해도 가보지 않은 곳은 도처에 있다. 깊숙한 끝이 보이는 고즈넉한 좁은 골목안으로 들어가니 그 막힌 거리의 끝에는 어린이 치과가 있었다. 치과에 가면 으례 들리는 그런 음향들과 함께. 뒤돌아서서 나오며 바라보니 거꾸로 들어섰을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저런 통로도 빌니우스에서는 흔하지 않은 구조인데 감옥 복도에 전부 몰려나와 발가벗겨진채 매를 맞으며 검문장소로 몰려가던 헝거의 죄수들이 떠올랐다. 아마 며칠전 옥외 광고에서 마이클 파스빈더를 본 것에서 이어진 연상인것도 같다. 날이 극단적으로 흐릴때. 하늘이 저렇게 파랗지 않을때 다시 가봐야 겠다.
한강 같은 블랙커피 어릴때 엄마에게 커피를 타준다고 물을 부어놓으면 매번 엄마가 하던 말이 '아이고 물을 한강처럼 부어놓았구나' 였다. ㅋ 지금도 인스턴트 커피를 마실때면 결국은 정량보다 물을 많이 붓게된다. 그리고 늘 다 안마시고 남긴다. 이 빵집의 블랙 커피를 보면 그 한강 커피 믹스가 늘 생각난다. 얕고 넓은 잔이어서 더 그렇겠지만.
Vilnius 118_ 어떤 하늘 가끔은 어딘가 아이바조프스키의 파도를 숨기고 있는 듯한 그런 하늘이 나타난다. 하지만 하늘도 화가난 것은 아니다. 정오의 햇살은 고요하고 땅을 디딛고 서있다는 사실은 감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