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01) 썸네일형 리스트형 Man push cart (2005)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페이지에 이번 달 발매 타이틀로 소개되었길래 찾아보았다. 타이틀 커버의 결코 편안해 보이지 않는 남자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제 이런 영화는 보기가 좀 불편한데 라고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그의 삶이 내 생각보다 수월하기만을 기대한다. 파키스탄 이민자 아흐메드는 새벽 3시의 맨해튼을 달린다. 이른 시간에도 이미 자동차로 빽빽한 위험한 도로에서 무거운 커피 카트를 손수 운반한다. 자신의 일터를 손수 주차하고 나면 비좁은 카트 속에서 베이글을 진열하고 종이컵을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오손도손 함께 일하던 부인은 죽고 없다. 아들을 손수 키울 수도 없게 되었다. 빨리 자리를 잡고 아들을 데려와 함께 살고 싶지만 당장은 갓 태어난 길고양이만을 집에 데려와 보살필 수 .. 눈 앞의 커피 네가지 종류의 치즈가 600그램이나 들어간다는 요리책 속의 치즈 파이를 옆에 두고 입맛을 다시며 커피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생각해보면 커피가 그림의 떡인 순간은 별로 없는 것 같아 좋았다. 자이살메르의 사막에서도 칸첸중가 트렉킹에서도 인스턴트 커피 한 봉지 정도는 왠지 호주머니에 있을것만 같다. 어제와 오늘의 커피 모카로 커피를 만들고나면 다 추출되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피식하면서 흘러나오는 한 두방울의 커피가 있다. 잔에 부으려고 기울이면 워낙에 작은 양이니 포트 입구까지 오는 동안 포트 내부에 긴 흔적만 남기고 결국 흘러나오지 못하는 한 방울의 커피. 커피바스켓 말고는 포트 자체를 잘 씻지 않게 되는 이유는 아마 그렇게 남겨진 커피를 결국 다음 커피와 함께 마신다는 이상한 생각때문인 것 같다. Vilnius 142_아틀라스 작년에 새로 페인트칠한 구시가의 공대 건물. 엄청 꼬질꼬질했는데 갑자기 너무 하얘져서 심지어 날씨가 너무 추우니깐 아틀라스가 새파랗게 질려 있는 것 같다. 박스 위의 커피 가끔 커피 마시는 곳. 아직 정리되지 않은 곳이지만 매 순간 미세하게 정리가 되고 있는 중이니 아쉬움과 즐거움이 공존한다. 이곳에는 지난번에 마시고 씻지 않은 커피 찌꺼기가 묻은 티스푼이나 액상 프림, 걸레 빤 물이 가득한 빠께쓰와 오래된 먼지와 남이 버린 책 같은 것들이 혼재한다. 그리고 20미터 거리에 빵집이 있다. 친구와 빵집에서 캐온 버섯과자에 커피를 마시며 전재산을 털어서 산 조그만 미니밴에서 새 출발을 해야 한다면 그곳에 뭘 집어넣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컵은 꼭 필요할 거다. 양치질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커피에 연유 이 유리잔은 컵홀더가 따로 있는 소련시절 잔인데 차보다는 베트남식 커피를 내릴때 더 자주 쓰게 된다. 차가운 연유 위로 똑똑 떨어지는 커피 방울을 감상하기에 딱이기 때문이다. 숟가락으로 휘젓지 않는 이상 커피와 연유는 섞이지 않는다. 연유의 두께가 좀 도톰해야 커피의 모습이 예쁘다보니 이 커피는 항상 달아진다. The mule (2018) 미나리를 보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에 관한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이 영화가 떠올라서 웃겼다. 농장일을 시작하는 제이콥(스티븐 연)에게서 원예 일에 미쳐 한평생을 보낸 할아버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얼굴이 겹쳐졌다. 정작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도 제이콥의 노년도 본 적이 없지만 말이다. 그 둘의 삶은 전혀 달랐기를 바라지만. 아흔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손녀딸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고 달콤한 할아버지이지만 딸과 아내와는 사이가 안 좋다. 원예 관련 시상식에 상을 타러 가느라 딸의 결혼식에도 가지 못했고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일을 택하고 가족을 등한시한 결과 그에게 남은 것은 그나마 살가운 손녀딸과 한 줌의 잡초 덩어리. 그렇게 무료하고 외로운 노년을 보내던 그는 트럭으로 물건을 옮겨보지 않겠냐는 제안.. 미나리 (2020) 콩나물이 나왔으니 미나리. 콩나물 다듬는 주인집 아줌마 (ashland.tistory.com/1015), 할아버지가 좋아했던 콩나물 사러 가는 아이(https://ashland.tistory.com/1016), 그리고 딸 보러 미국에 와서 미나리 키우는 할머니. 콩나물 무침에 미나리며 쑥갓이 들어간 전골이 보글보글 끓는 밥상에 이들이 빙 둘러앉아 수다 떨며 저녁 먹는 모습을 상상해도 별로 낯설지 않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가 곧 드라마일진대 크게 억지 쓰지 않고 양념 치지 않고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예산 영화 특유의 방식들로 서로 모두 닮은 구석이 있다. 잘 먹고 잘 살기 그리고 최종적으로 잘 죽기. 그러기 위해서 인생은 많은 선택과 결정을 요구한다.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지만 왠지 그러기엔 아..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1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