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07) 썸네일형 리스트형 리투아니아어 79_양귀비씨 Aguonos 올해가 가기 전에 부엌 서랍 속의 양귀비씨를 다 먹어 없애야겠단 생각에 보통 크리스마스에 만드는 양귀비씨 우유를 오늘 만들어보았다. 보면 주인공들이 부상당하거나 아프거나 하면 양귀비씨 우유를 마시고 고꾸라지는데 이걸 크리스마스 명절 내내 마셔도 절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기때문에 그 우유와 이 우유는 성분상의 차이점이 있을듯하다. 이 우유는 양귀비씨를 사용한 수많은 달고 맛있는 음식들 중 하나이자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의 12가지 메뉴 중 하나를 당당히 차지하는 디저트이기도 하다. 양귀비씨를 잘 불려서 블렌더로 계속 갈다보면 하얀 빛깔의 물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것을 미리 끓여서 식혀 놓은 물과 설탕과 섞어서 달게 만든다. 보통은 시리얼을 먹듯 양귀비씨를 넣고 구운 저런 네모난 조각의 과자를 넣어서 떠먹는다.. Vilnius 133_겨울 점등식 거리 모퉁이에 생겨난 누군가의 크리스마스 장식. 정체된듯 보이는 도시지만 어제는 없었지만 오늘은 있는것들로 작지만 분명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진정한 의미의 산책이 가능해진 요즘, 오늘은 꽤 굵은 입자의 첫눈이 왔고 그럼에도 역시 전부 녹아 없어졌다. Vilnius 132_지난 여름 커피 테이블 겨울이 오면서 의자는 진작에 사라졌지만 테이블은 남아있다. 곧 저 둥근 테이블에 눈이 소복하게 쌓이겠지. 리투아니아어 78_디저트 Desertas 얼마전에 동네 산책하다 발견한 개업 준비 중인 디저트 가게. 얼핏 내부를 들여다보니 엑스선 촬영 장치며 큰 식물들이 하얀 도자기 약통 같은데 담겨있고 커다란 비커며 실린더 뭐 이런 것들이 놓여 있었다. 케이크가 샬레에 담겨서 나오고 홍차에 따로 넣을 우유를 스포이드로 짜서 넣거나 뭐 그래야 하는 곳은 아니겠지 이런 생각을 하다 오늘 지나는 길에 문을 열었길래 떠먹을 수 있게 작은 병에 담긴 티라미수 한 병을 사왔다. 알고보니 설탕 안쓰고 정제된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등등의 노력을 하는 디저트들이란다. 커피는 아직 팔고 있지 않았는데 나중에 지나다가 커피 기계가 보이면 한 잔 사서 마셔보기로 했다. Vilnius 131_터미널 열쇠 만들일이 생겨서 빌니우스 버스 터미널에 있는 열쇠집에 갔다. 만들어서 가져와서 문을 열려고 보니 안 돌아가는 열쇠. 다시 가서 조금 고치고 다시 와서 열고 또 안 열려서 다시 가서 고치고 또 안 열려서 다시 갔다. 열쇠 자체의 미묘한 두께가 문제였는지 열쇠가게 청년은 결국 가져간 원본 열쇠와 같은 제조 회사의 열쇠를 골라 새로 깎아줬다. 그리고서 다행히 문이 열렸다. 터미널에서 가까운 장소여서 왔다 갔다 했어도 그나마 한 시간 가량 걸렸을 뿐이지만 직원은 혹시 내가 또 오면 어쩔까 신경 썼을 거고 나는 계단을 오르며 혹시 또 문이 안 열리면 어쩌지 신경 썼다. 여긴 지하상가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니고 터미널의 대합실 뒤로 펼쳐진 보도이다. 내가 등지고 있는 열쇠가게가 이 보도의 끝이고 저 끝이 대합실.. 지난 여름 커피 세 잔. 작년에 벨라루스 대사관 앞에 생긴 카페. 십이 년간 지나다녔지만 이 자리에서 잘 되는 가게가 단 한 곳도 없었고 카페만 생기기에도 어색한 공간이었는데 발리에서 공수해온 가구며 소품을 파는 가게와 예쁜 화분 가게가 카페와 복층 매장을 공유하며 나름 선방하고 있다. 오전부터 걷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중의 매우 무덥고 목말랐던 어느 여름 저녁. 혹시나 해서 연락이 닿아 만난 동네 친구와 잠시 앉았다. 차가운 음료를 만드는데 서툰 이 곳 사람들은 얼음을 채운 잔에 커피를 붓기보다는 커피가 담긴 잔에 얼음 하나를 동동 띄울 뿐이다. 가만히 앉아 미지근한 커피를 마시다 보면 결국 땀을 식히는 바람은 알아서 불어온다. 베르겐의 라이더 며칠 전 꿈에 베르겐에 여행 갔을 때 신세 졌던 친구네 집이 나왔다. 지금 그 친구 부부는 오슬로로 옮겨서 살고 있는데 꿈에서 내가 그 집 우편함을 서성거리며 그들의 이름을 찾고 있었다. 도대체 왜 갑자기 그런 꿈을 꿨나 생각해보니 아마 며칠 전에 베르겐에서 사 온 접시를 깨버려서 인 것 같다. 그래서 이런저런 베르겐 생각에 사진을 뒤지고 있으니 심지어 친구 집 근처에서 찍은 우편함 사진이 보인다. 짧게라도 글을 올리겠다고 이 사진 저 사진을 고르고 나니 이미 오래전에 다 올렸던 사진들. 항상 똑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한 번 기억에 새겨진 것은 비록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잊는 순간에도 결코 잊을 수 없도록 남게 되는 건지. 그 찰나에 사로잡힌 어떤 생각들이 결국 그들을 사진 속에 남기도록 .. Vilnius 130_ 사람 두 명 지난해인가 빌니우스 아트 페어에 등장했었던 설인. 얼마 전 집 근처로 이사 왔는데 영구 거주할 것인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오전 늦게까지 안개가 짙게 끼는 날이 많아서 안갯속에 휩싸여있는 모습이 사뭇 궁금한데 매번 게으름을 피우다 오후 늦게나 나가서 이렇게 어둑어둑해질 때에야 돌아오게 된다. 설인이 사는 곳은 집 근처에 조성된 작은 공터인데 그늘이 없고 키 작은 묘목들로 가득했던 작년 여름에 비하면 이제 나무도 제법 키가 커지고 아늑해졌다. 소탈한 놀이터 기구 두세 개와 나무벤치가 있다. 뒷모습만 보면 약간 프레데터와 콘의 조나단 데이비스가 생각난다. 다들 별로 신경 안 쓰는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2차 락다운이 시작되었다고 의외로 거리가 한산하다. 때맞춰 나타난 이들이라 왠지 좀 더 반갑다.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