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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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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 75_청어 Silkė 몇년 전 우리집에 머물었던 일본여인은 씨르케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몇 번을 말했었다. 씰케. 바로 헤링이다. 그 친구는 청어 절임을 너무나 맛있게 먹었었다. 일본인들이 생선을 많이 먹는다고는 해도 염장된 청어의 맛이 아시아인들에게도 먹히는 맛이라는 것에 당시에는 약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스웨덴의 하지 축제를 다룬 영화 미드소마에 보면 땡볕아래에 앉아 있는 주인공에게 긴 생선 한마리를 가져와서 삼키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 자체가 워낙에 고어하고 짖궂어서 그 생선이 굉장히 끔찍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리투아니아에서도 일상적으로 먹는 형태이다. '씰케는 생선이 아니다. 씰케는 씰케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그렇듯 청어는 이곳에서도 별미로 통한다. 나에게 청어는 오랫동안 ..
리투아니아어 74_사람 Žmogus 좁은 동네에서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고 그들의 동선도 거의 비슷해서 오며 가며 스치던 사람들이 마치 아는 이가 되고 그들 중 어떤이들은 종종 자잘하고도 솔깃한 이야기들을 건네오기도 한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여인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니 '놀이터에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라고 말했다. 사람을 칭하는 Žmogus의 지소체 단어를 써서말이다. 사람의 형태를 한 작은 것들, 아기들을 칭하고 싶을 때, 사람이라는 단어 자체에 어떤 친근함과 주관적인 감정을 담고 싶을때, Žmogeliukas처럼 어미를 바꿔서 쓰는 것이다. 지소체의 어감은 뭐랄까. 한 뚝배기 하실래요? 의 그 뚝배기나 차표 한 장 손에 들고의 그 차표에 특정 어미를 붙여 친근하게 말하면 듣는이나 말하는이 모두에게 단어가 그 문맥 자체에서..
Vilnius 116_야외 테이블 코로나로 인한 봉쇄가 풀리고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야외 테이블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테이블 내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던 식당이나 카페들도 차도를 건너서든 어디든 풀밭이든 테이블이 하나든 둘이든 노천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안으로 들어가기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바깥에 앉을 수 있는 곳이 많아서 편하기도 하고 거리에 잔뜩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만큼 주인 없는 탁자들이 버거운 느낌을 줄 때도 있다.
리투아니아어 73_Nealkoholinis 무알콜 2018년부터 주류 광고가 분명 불법인데 오히려 술광고는 더 늘어난 것 같음. 뭔가 얍삽한 무알콜 맥주 광고. 리투아니아어에서 Ne는 분명 네 라고 읽지만 (니예에 가깝지만) 엄연한 부정이다. 평일 오후 8시 이후에는 주류판매도 금지라 보통 냉장고에 블라인드를 내려놓던가 아예 주류 코너에 못들어가게 쇠사슬을 걸어놓는 경우도 있는데 완전 오픈된 공간에 일반 음료수들과 놓여진 맥주들이 있다면 그것도 물론 무알콜맥주이다. 0.0퍼센트 무알콜이라고 분명 써있지만 의외로 굉장한 혼돈을 주는 존재. 신비스럽게도 합법적으로 맥주를 사먹을 수 있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실수로 그 무알콜을 집어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
남기는 커피 커피보다는 빵이 월등히 맛있는 오래된 빵집이 있다. 그래도 그 커피를 남겨야만했다면 커피가 맛없어서라기보다는 그 순간 그 커피를 맛있게 마셔줄 수 없었던 나의 무언가 때문이었던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제 마신 커피 7월 들어 날씨가 꽤나 춥다가 정상적인 여름 기온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늘에 놓인 테이블이 있는 조그만 빵집에 앉았다. 에스프레소에 화이트 초콜릿이 들어간 케이크와 딸기잼이 들어간 컵케익을 사서 맛있게 나눠먹었다. '맛이 없다'와 '내가 원했던 것은 이게 아닌데'의 차이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다. 기대하지 않는 것과 실망하지 않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쉬운 걸까.
Vilnius 115_청소차 차들이 뜸한 저녁무렵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기계음이 들려서 나가보니 알투디투 삼촌 같은 조그만 자동차가 엄청난 폭우에 힙쓸려 온 그러나 거짓말처럼 물기가 싹 말라버린 흙들을 청소하고 있었다.
Vilnius 114_놀이기구 돌리기 유난히도 따뜻해던 겨울을 생각하면 늦은 봄과 여름도 사실 그리 놀랄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그렇게 찾아 온 여름의 뜨거움을 탓하기란 쉽지 않다. 근처의 바닥분수와 함께 오후 1시 무렵이면 청량한 카리용 연주로 그 더위를 식혀주는 성당이 있다. 종종 그 음악을 들으며 이 놀이기구를 빙빙 돌리곤 하는데 그럼 제자리에 서 있는 내 머리도 핑핑 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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