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 (931) 썸네일형 리스트형 뺑 오 쇼콜라의 여름과 겨울 직장 근처의 이 빵집은 지난 1월과 2월에 매우 자주 드나들었다. 격일 출근을 하며 거의 매일 이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샌드위치와 케익을 제외한 모든 빵을 다 먹어보고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들은 한 번 더 먹고 나니 한겨울 패딩 정도는 사양할 수 있는 날씨가 되었다. 1월 초에 문을 연 빵집은 손님이 정말 많았다. 8시에 문을 여는데 9시 반 정도에만 돼도 진열대가 텅 비었고 오후 2시면 재료소진으로 문을 닫았다. 불과 몇 달 전의 일이지만 생각해 보면 그 시기가 빵이 가장 맛있었다. 만드는 즉시 진열되었고 곧장 팔렸기 때문에 정말 갓 구워져 나온 빵들을 먹을 수 있었다. 빵을 전문적으로 굽는 베이커리치곤 커피도 맛있었다 . 지금은 직원이 늘었고 판매수량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게 되었는지 언제나 트레이.. 리투아니아어 103_정상 Viršūnė 11일과 12일 열리는 나토 회의로 빌니우스는 바쁘다. 리투아니아어에서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설악산 정상에도 나토 정상 회의에도 동일 단어인 비루슈네 Viršūnė 를 사용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복수2격을 써서 '정상들의 만남 Viršūnių susitikimas'이 된다. 100여 대가 넘는 비행기가 결항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공항과 회의장 주위, 구시가에는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운행 금지이고 대통령궁이 있는 구시가 중심은 회의 당일 보행 금지 구역이 된다. 당장 9일부터 구시가는 주차금지구역이 되었다. 구시가 주민들은 최소한 다른 구역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버스나 트롤리버스는 빌니우스 전역에서 4일간 무료 운행이다. 빌니우스의 일부 지역 주민들에겐 건물 옥상에 군병력이 배치된.. 리투아니아어 102_Vainikai 화관 오늘은 Joninės. 요니네스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낮은 계속해서 짧아진다. 유치원에서도 이 하지 명절을 기념하려고 하니 화관을 만들어오라고 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의 놀이터에서 잡초 몇 가닥을 뽑아서 함께 만든다. 만드는 동안 조물락 거리니 대부분의 풀들이 비명횡사했으나 한 여름의 화관이 될 운명이었던 풀들은 그런대로 머리에 얹어질 수 있는 품격을 갖추어 물에 담겨 달빛이 드는 창가에서 밤을 지새웠다. 화관을 잔잔한 강 위에 띠우고 그 가운데에 촛불을 켜서 떠내려 보내는 풍습. 여름이 이제 막 겨우 이번 주 월요일에 시작된 것 같은데 주말에는 그의 절정과 대단원을 기념하는 듯한 인상. 그렇게 강물을 타고 흘러간 화환이 성탄 분위기로 가득한 따스한 가정집 현관문으로 성탄 리스가 되어 돌아오는 느낌.. 간혹 마셔야 하는 커피 오늘Bolt 택시 이용 내역을 확인하다가 올해 들어 첫 킥보드 탔던 날의 기록을 보았다. (Bolt는 택시, 킥보드, 배달 통합앱) 4월 30일. 일요일. 오후 9시 01분-09시 09분. 1.4킬로미터. 8분 운행. 1.58유로. 이 날은 밖에 나갈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집에 있기로 한 날인데 저녁 늦게 마트 가려고 나왔다가 건물 나서자마자 현관 앞에 킥보드가 있길래 알 수 없는 포스에 이끌렸다고 생각하라는 포스에 사로잡혀 바로 올라타고 카페를 향했다. 어둑어둑해지려는 순간이었지만 흔치 않게 일요일 9시를 넘기고서도 일하는 카페가 약간 여전히 날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나. 8분이면 사실 꽤 긴 시간인데 정말 슝하고 순식간에 도착했다. 이곳은 아주 가끔씩만 가기 위해 노력하는 카페이다. 이 집 커피.. 빌니우스의 테이글라흐 구시가의 필리모 거리의 유태인 회관 건물에 겸한 베이글 카페. 직장에서 가까워서 오래전에 자주 가던 곳인데 뜸해졌다 요새 간혹 다시 간다. 예전부터 필리모 거리에 있는 폴리클리닉에서 아침 일찍 굶은 채로 피검사를 하고 나면 하나의 의식처럼 배를 채우러 가던 곳이 두 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이다. 우선 병원에서 가장 가깝고, 딱히 맛있지는 않은 커피와 디저트가 있고 가정식에 가까운 음식을 파는 곳들. 이곳은 베이글 샌드위치나 샥슈카 같은 간단한 음식만 팔았었는데 오랜만에 가보니 뒷공간을 완전히 터서 꽤 전문적인 유대 음식점이 되어있었다. 이들의 간혹 얄미울 정도로 합리적이며 얄미움을 느꼈다는 것에 나름의 자책을 하게 만드는 알고 보면 딱히 잘못한 것 없이 그저 철두철미 한 것일 뿐인 그런 자기 확신에 찬 본.. 동네 문방구 프로피테롤 구시가에 문방구 카페가 하나 있는데 이 카페 자리에는 사실 오랫동안 털실 가게가 있었다.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예쁜 색깔의 복슬복슬한 털실들을 사서 겉뜨기 안뜨기로만 뜬 목도리를 휘감고 다니다 풀고 뜨고 또 풀곤 했다. 털실은 그게 좋다. 망침의 업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 이곳 생활 초기에는 그 어떤 신발을 신어도 발이 시려서 아랫집 할머니에게서 털양말 뜨는 법도 배웠는데 이젠 할머니도 안 계시고 양말은 뒤꿈치 뜨는 방법을 까먹었고 이제 이 기후에 적응이 된 것인지 웬만한 신발은 다 따뜻하다. 그와 덩달아 뜨개질 인구도 줄었는지 털실 가게는 사라졌다. 그리고 4년 전에 문방구 카페가 생겼다. 늘 가는 거리에 있음에도 4년 전 뜨거운 여름에 콤부차 한 병을 먹은 이후로 가지 않다가 트롤리버스 정류장.. 부활절 지나고 먹은 파스타 회상 부활절을 보내고 일정상 혼자 하루 먼저 일찍 돌아와서 아무것도 없는 냉장고를 뒤져서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며 영화 컨트롤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컨트롤은 조이 디비전의 프론트 맨이었던 이안 커티스에 관한 영화인데 결정적으로 흑백필름이고 음악이 많이 나오고 음악을 했던 사람이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명명백백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이다. 비록 실재했던 그 영화 속의 삶은 암울하기 짝이 없지만. 무슨 계기로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진 건진 한 달이 지나니 그 경과가 또렷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마 더 웨일에서 사만다 모튼의 피폐한 연기를 보고 이 영화가 생각난 것도 같고 지난달 한창 듣던 본즈 앤 올의 영화 음악 때문에 그랬던 것도 같다. 새로운 음악을 접하는 가장 쉬운 경로는 나.. 오스트리아 50센트 동전 - 빈 분리파, 클림트, 제체시온 이렇게 똑같이 생겨서 심지어 태어난 해도 같은 생소한 동전들이 서로 떨어져서 굴러다니고 있으면 다른 것들을 옆으로 제쳐 두고 만나게 해주고 싶다. 이 동전은 무덤처럼 보이기도 하고 신에게 제사 지내는 곳 같기도 하고 중동의 사원 같기도 하다. 근데 막상 왕의 묘지라고 생각하면 좀 너무 뻔하다. 가령 왕은 되지 못했으나 후대에 오래도록 회자된 덕망 있는 대군의 묘지라든가 할머니 무릎 위에 올라앉은 세손을 나무라는 며느리 중전에게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인자한 대왕대비마마처럼 왕의 주변에 머물 뿐이었지만 훌륭한 능을 가져 과연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묘처럼 뭔가 다른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싶다. 그것은 아마 동전에 새겨지는 것이 늘 가장 위대하고 가장 유명한 정점의 과거만은 아님을 .. 이전 1 ··· 5 6 7 8 9 10 11 ··· 1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