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날 마셨던 커피들의 향기가 유독 진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포터필터 가득히 담겨지는 균일하고도 포실포실한 커피 가루들처럼 마음속으로는 앞으로 할 수 있을 법한 내가 아직 모르는 이야기들에 대한 단어들과 상상들이 차곡차곡 쌓여갔고 우유저그를 갖다 댄 스팀 파이프에서 순식간에 쏴하고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처럼 지나고 나서야 마음 놓고 회상 할 수 있을 순간들에 대한 인내와 아련함도 동시에 늘어만가던 시간들. 추출되는 커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다 담아내고 나니 어느새 11월이 되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감동적인 영화들이 보고 싶어졌고 어떤 영화들은 조금씩 머리밖으로 꺼내서 회상하고 싶어진다. 조금씩 스멀스멀 크리스마스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시기. 이미 시작된 난방이지만 아직은 악착같이 매달려있는 어떤 낙엽들과 함께 의외로 조금은 유예되고 있는 겨울. 11월의 비로 짖이겨진 낙엽들이 지나 온 모든 계절의 희노애락을 담고 기억의 토사물이 되어 거리거리 채워지는 시간. 마치 젖은 옷을 입은것처럼 축축한 느낌을 지니고 걷다가 무심코 건드린 길가의 덤불이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물방울을 뿜어내고 머리 위 어느 건물 높은 곳에서 조준이라도 한것처럼 이마 한 가운데에 똑 떨어져 꽂히는 단 하나의 물방울이 가장 강렬한 가을로 다가오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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