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날씨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진작에 마쳤는데 이즈음 날씨가 원래 이랬나 싶을 정도로 느릿느릿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겨울. 마치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설 채비를 하다가 가까스로 잊은 겨울을 떠올리고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가지고 나올까 신고 들어갈까를 생각하다 지체 되어버린 시간처럼. 너무 따뜻하다는 방정맞은 말로 아직 서두르지 않는 이 추위를 앞당길 생각은 없다. 늘상 그런 말들은 댓가를 치르곤 하지. 하늘은 조금씩이지만 능청스럽게 검어진다.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를 열기를 툭툭 건드리며 살살 돌려서 빼낸 전구다마를 서랍 속에 넣어 놓고 침침해진 방 한가운데에 서있는 느낌. 이곳의 날씨는 나를 아주 단순하게 만든다. 조금씩 지하 터널로 미끄러져 들어가듯 짧아지는 낮을 떠올리다 고작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동지를 깨닫고 나니 과연 원시적으로 즐거워지는 마음. 크리스마스 전구를 꺼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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