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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saw 11_루르끼츠카 루르끼바노바 루르끼떼 바르샤바 구시가에서 이 성당을 몇 번 지나쳤는데 성당은 자신의 어엿한 이름을 가지고 있겠지만 내 나름대로 성당에 이름을 붙여줬다. 성당 파사드의 솟구치는 벽돌들이 초코하임과 더불어 지역 특산물 루르끼를 닮아서 깜찍하면서도 가냘프고 가련하게 짓는다. 성당 지기를 위해 설탕 심부름을 다녀오던 성당이 몰아치는 겨울 눈보라에 벗겨져 날아가는 스카프를 잡으러 가다 설탕을 쏟아 좌절하는 느낌으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면 실제로 벽돌 성당들 파사드에는 눈들이 마치 벽돌들을 잡고 버티는 듯한 모습으로 제법 잘 엉겨붙는데 그런 겨울을 이겨내는 루르끼츠카는 아마 제법 루르끼스러울 것 같다.
에스프레소와 루르끼 지난 9월에 친구 기다리면서 바르샤바 중앙역 코스타 커피. 얘를 폴란드에서는 Rurki라고 했던 것 같다. 이 카페에 있던 모든 국제적인 녀석들 가운데 단연 국제적이지 않아서 한눈에 들어왔던 녀석. 지금 생각해 보니 이건 그나마 조금 덜 두껍고 길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먹혔던 것 같다.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비웃는 슬라브적 당도인데 그게 또 그냥 달기만 해서 되는 건 아니다.
2월 지나가기 전에 회상하는 연극 <아연 Cinkas> 월초에 커피와 까르토슈까(https://ashland.tistory.com/1259)로 묵직하게 당충전하고 보았던 연극 '아연 '. 화학 원소의 그 아연 맞고 리투아니아어로는 찐카스 (Сinkas)이다. 리투아니아 연출가 에이문타스 네크로쉬우스의 작품이고 원작은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아연 소년들'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보내졌다가 주검이 되어 아연관에 담겨 돌아오던 소년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벨라루스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구소련 국가인 리투아니아에서도 당연히 인기가 많다. 작년에 빌니우스 문학 페스티벌에서 한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러시아와 함께 전쟁의 원흉으로 취급되는 고국 벨라루스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가장 억울한 식민지일 뿐이고 벨라루스의 대통령 역시 루카쉔코..
에스프레소와 스푸르기떼 트롤리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다 보면 구시가를 한 꺼풀 감싸며 돌다가 외곽으로 빠지기 전의 트롤리버스들이 정류하는 곳마다 거의 카페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적당히 위장을 채우고 집을 나선 나에게 이 카페들이 너의 나른한 위장을 우리집 카페인으로 깨워주겠다며 트롤리버스 창문 너머로 손짓하는데 나도 굳이 외면하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두 정거장 정도 타고 가다 내려서 잠깐 앉아서 커피로 속을 헹구고 다시 남은 다섯 정거장을 타고 가던 길을 가곤 한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우즈가베네스 축제도 지났는데 날씨가 더 추워졌다. 진눈깨비가 짙게 내리던 날, 이른 아침이지만 마치 지정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던 사람들로 이미 반 정도 채워진 카페에 나도 자리 잡았다. 아침에 혼자 일하는 직원은 일손이 ..
에스프레소와 에그타르트 이 카페는 처음 갔던 날이 선명히 떠오르는데 2019년 7월 3일이었다. 병원 정기 검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그날 커피를 마시며 정말 오랜만에 전자서점 현금충전을 했었다. 매월 1.2.3일에 현금충전을 하면 포인트를 두 배 주던가 했는데 충전을 해도 포인트 적립이 되지 않아 규칙이 바뀐건가 하고보니 시차 때문에 한국이 이미 4일이었던 것. 그때의 날짜와 시간이 여전히 충전 기록이 남아 있다. 그 전자서점은 이제 거의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이 빵집은 한창 개업을 해서 사워도우빵에 진심인 컨셉으로 홍보를 많이 했는데 아침에 가면 갓 구운 빵냄새가 진동을 해서 아침마다 들러서 빵을 사게하는 베이커리로는 거듭나지 못했지만 그 후에도 지점 몇 개를 내면서 여전히 살아남았다. 당시엔 브런치 카페가 많지 않..
공연 전의 커피와 까르토슈까 빌니우스의 야우니모 테아트라스 (Jaunimo teatras)내의 카페. Jaunimas는 청춘, 젊음을 뜻하는 단어로 '청춘 극장'이 되려면 Jaunimo로 2 격 변형을 해야 한다. 이 극장은 새벽의 문과 필하모닉 근처의 구석진 곳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그 내부가 의외로 커서 속에서 미로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극장을 빠져나와 구시가 한가운데 다시 서면 늘 어딘가로부터 툭 떨어져 나온듯한 낯선 기분이 든다. 그것은 아마 장소적 특성 때문만이 아니라 공연을 보기 전과 그 후에 빠져나가고 채워지며 대체되는 에너지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극장에든 카페가 있고 또 오랫동안 그 카페에서만 전해져 내려오는 디저트나 칵테일 같은 것들이 있으며 그것들은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공유되고 ..
부시아테로 만든 할머니 파스타, 세상에 참 다양한 모양의 파스타가 있는데 그 파스타 종류 이름만 다 알아도 이탈리아 단어 500개 정도는 그냥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긴 뭐 무슨 모양이든 만들어서 이름 붙이면 그게 곧 그냥 파스타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신발 주걱 모양 파스타도 빨래집게 모양 파스타도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누가 만들고 있을 것만 같다. 가끔 파스타 만드는 영상을 찾아보는데 요리 메뉴로서의 파스타 말고 그냥 요리사든 할머니든 누구든 밀가루 반죽해서 밀고 굴리고 누르고 굳이 구부리고 집고 자르고 해서 여러 가지 형태의 파스타 면을 만드는 영상들이다. 이 뻥튀기 같은 파스타의 이름은 Busiate 란다. 길게 자른 파스타를 대바늘 같은 꼬챙이 위에 놓고 굴리고 감아서 쭉 빼면 저렇게 되는데 시칠리아의 트라파니라는 지역..
2월에 떠올리는 12월의 바냐 삼촌 어느새 2월이 되었다. 12월 초에 슬로베니아 연출가의 리투아니아어 연극 바냐 삼촌을 보고 왔다. 이 작품은 작년 가을의 빌니우스 국제 연극제에서 상연이 되었는데 너무 금방 매진이 돼서 아쉬워하던 차에 빌니우스 소극장 공연이 다시 잡혀서 가까스로 표를 구했다. 리투아니아에서 뭔가가 아주 금방 팔려버려 못 사거나 하는 것이 있다면 오로지 연극 티켓이 아닐까 싶다. 리투아니아의 창작 연극들이 꽤 많이 있지만 그 틈에 가장 자주 올라오는 고전 작품은 역시 체홉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체홉의 소설들이 희곡보다 훨씬 더 깔끔하니 재밌지만 작가의 재치나 유머는 살짝 지루해지려는 좀 더 옛스러운 희곡의 분위기도 결국은 참지 못하고 뚫고 나온다. 연초에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일부러 찾아 보았다. 솔직히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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