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아주 마지막이 되기 직전의 어느 날에는 늘 엄마에게 몇 시 인지를 물어보는 전통이 있다.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지만 그런 일들은 또 왜 유쾌한 것인지.
시간을 손수 재설정 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자동적으로 바뀌곤하니 아무 생각없이 하루를 보내다 하루의 절반쯤이 지나고나서 뭔가 찌뿌둥하고 흐리멍텅하고 뒤가 뒤숭숭해지는 느낌을 받고 난 후 그제서야 아 낮이 다시 길어졌구나 깨닫는다. 맡겨놓은 빛을 되돌려 받았음을 알고 난 직후에 바라보는 하늘은 뭔가 달리 보인다. 하늘은 여전히 회색이지만 어제도 그제도 똑같이 누렸던 그 빛이 곱절은 여유로워보이는 것이 뭔가 비밀을 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니 아침의 느낌은 훨씬 수월해졌다. 몸을 숙여 대롱대롱 매달린 플러그의 끝을 찾아 램프에 불을 켜고 커피를 끓이는 시간. 어두운 겨울 아침, 부엌 귀퉁이에서 군림했던 램프는 앞으로 얼마간 봄을 지나는 동안 그 불빛이 완전히 불필요해지는 시기가 올때까지 이미 밝아진 아침에도 잠시간 빛을 발하는 관성의 호사를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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