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 (907) 썸네일형 리스트형 Graduation (2016) Beyond the hills 을 보고 난 후 운좋게 바로 찾아서 볼 수 있었던 Cristian mungiu 의 2016년도 영화. 어떻게 읽어야할지 몰라서 그냥 영어로 쓴다. 뭉규? 멍쥬?. 크라이테리언 콜렉션이 편애하는 감독들이 확실히 있는것 같다. 이 영화도 발매되어있다. 사실 이 영화는 그로부터 4년 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오히려 마치 유명해지기 전 데뷔작처럼 훨씬 젊고 용감하고 거칠다. 무거운 주제를 초반에 휙 던져놓고 영화가 엄격하게 전개될 것이라 예상하게 하면서 막상 사건을 대하는 인물들의 미지근한 자세와 그들의 일상적이고도 개인적인 대화를 배치하는 이 감독 특유의 형식은 여전하다. 사람이 죽어서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전화를 쓰려고 돌돌말린 충전기를 느긋하게 펴는 의사와 강간사건 이야기를 하면.. Men and chicken (2015) 뭔가 짜증나는데 자꾸 보게 되는 포스터.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패러디한 그림을 또 퍼즐로 만든 것 같은 느낌. 분명 매즈 미켈슨이라고 써있는데 저 사람이 매즈 미켈슨이라는 건가? 이 배우도 참 가지가지 다양한 영화들을 찍었구나 라는 감탄을 품고 보기 시작하는 영화. 사실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져 헤드 이래 닭들이 등장하려고 폼을 잡는 영화들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보는 내내 간당간당했다. 컬트 영화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설득력있고 모범적이며 단순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혁신적이다. 다시 봐도 똑같은 장면에서 또 웃을 수 있을 것 같은, 매즈 미켈슨이 몸개그를 하는, 어찌보면 슬프고도 아름다운 블랙 코미디. 죽은 아버지가 남긴 비디오 테잎을 통해서 생물학적 아버지가 따로 있으며 심지어 엄마도 다르.. Uncut Gems (2019)- 어느 불량한 유태인의 몰락 세상 모든 영화들은 결국은 어떤식으로든 맞물려있다. 역풍에 똥을 뒤집어 쓰는The lighthouse의 로버트 패틴슨을 보며 그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았을 영화, 사프디 형제의 Good time 을 떠올린다. 보는 사람은 말그대로 똥줄이 타는데 그 촌각을 다투는 상황 속에서 남의 욕실을 뒤져 발견한 염색약을 뒤집어쓰고 티비를 보는 로버트 패틴슨의 똘끼. 사프디 형제의 특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분명 나보다 젊은 세대만이 만들 수 있을 법한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 20년 전 코엔 형제의 영화를 봤을때 만큼의 두근거림, 좋아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 만으로 점점 빠져드는, 유행처럼 등장하는 형제 감독들 중 이들만이 단연 코엔의 계승자라는 느낌이 들었다.Good time 이 감각적인 음악과 편집, .. Vilnius 111_3월의 시작 3월의 첫 주말에 열리는 카지우코 장날. 12년 전 첫 장날에 갔을 때만큼의 감흥은 이제 없지만 그래도 습관적으로 집을 나서게 된다. 매년 그릇을 하나 정도 사는 전통이 있었는데 올해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말았다. 그럼에도 상징적으로 매번 사서 들고 오는 것들이 있으니. 양귀비 씨앗이 가득 들어간 달콤한 파이 반 덩어리. 버섯 모양의 꿀 과자 몇 개, 하나씩 분질러 먹는 과자 한 꾸러미이다. 리투아니아어 63_버터 Sviestas 타향살이, 외국생활, 이민 등등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의 생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내뱉는 순간에는 왠지 회한, 설움, 고생, 외로움 같은 안타까운 뉘앙스의 이미지들이 뒤따른다. 실상은 별거 없다. 쟁여놓아야 하는 식품들과 사용하는 속담들이 달라지는 것,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버터위에 버터를 바른 격이라는 속담이 먼저 떠오르고 일이 순조롭다고 생각할 땐 순풍에 돛을 다는 대신 버터 위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택하는 것, 그뿐이다. 쟁여놓는 식품 1순위는 아무래도 버터이다. 간장이 먹고 싶다고 해서 집에 있는 간장을 순식간에 마셔버릴 수 없듯이 버터가 아무리 많아도 다 먹어치워 낭비할 일은 없다. 그러니 세일을 하면 좋은 버터를 미리 사놓게 된다. 마트에 파는 버터의 성분은 천차만별이다. 무염.. 인생의 Top five 겨울에 받은 소포 상자 속에 들어있던 국물 떡볶이 한 봉지. 이런 것들은 여행에서 가져온 한 움큼의 초콜릿이나 선물로 받은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카페의 커피콩처럼 희소가치가 있으므로 최대한 예를 갖춰서 대해야한다. 푸힛.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순간을 섭취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래서 유통기한을 숙지한 상태에서 냉장고의 가장 깊숙한 곳에 놔둔 채로 끊임없이 기회를 보며 언제 먹을 것인가. 어떻게 먹을 것인가로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보면서 먹을 것인가의 질문에 대한 답이 생긴 후에야 포장을 뜯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무엇을 보면서 먹을 것인가이다. 대부분은 책장에 꽂혀있는 영화 중 하나를 본다. 음식을 먹느라 열심히 보지 않아도 놓칠 것이 없을 만큼 잘 아는 영화. 그럼에.. Born to Be Blue (2015) 5분가량으로 짧게 편집된 오스카 시상식 하이라이트를 보았다. 예전만큼 패기 있게 내려가진 않았지만 여전히 반쯤 내려간 바지를 입은 에미넴이 거짓말처럼 스쳐 지나간다. 눈 앞의 오스카는 페이드 아웃되고 공연 전체 영상을 보며 이제는 세상에 없는 브리트니 머피와 함께 한 그의 영화 8마일을 추억하기 시작했다. 나름 베스트 음악상 수상자인 에미넴이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사람들 앞에 선 그의 공손한 공연을 그마저도 거의 졸면서 보고 있는 마틴 스콜세지와 열심히 그루브를 타는 갤 가돗 사이의 세대적 괴리만큼이나 18년 전의 그와 지금의 그 사이의 거리는 8000마일쯤은 되어 보였다. 힙합팬이 아니어도 가슴이 뜨거워졌던 영화, 흑인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는 힙합씬에 혜성처럼 나타난 말끔한 백인 아이. 오스카.. 리투아니아어 62_감자 Bulvytė 러시아의 까르또슈카에 해당하는 '감자' 라는 이름의 디저트가 리투아니아에도 있으니 일명 '불비떼'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감자는 불베 Bulvė 라고 하고 불비떼 Bulvytė 는 지소체. 뭔가 트러플 초콜릿과 비슷한 맛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먹기 시작 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진 않다. 그렇다고 감자맛도 당연히 아니다. 단면을 자르면 다 식은 찐 감자처럼 묵직할뿐이다. 여러형태가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그냥 저렇게 둥근 것.촌스럽지만 정겹고 향토적이며 그 첫만남이 언제였고 몇 번 만났느냐와 상관없이 한 입 먹는 순간 개인의 추억이 밀려오는 디저트. 그런데 이 디저트를 아무곳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게 아니다. 빌니우스 구시가에서 이 감자를 파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런 빵집에는 항상 아이들이 있거나..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114 다음